나는 국내굴지의 S그룹 계열사를 8년간 근무하고 자진퇴사(후회막급)를 했다.

사업구상이라는 명목으로 3개월간의 백수 생활도중.. 36시간을 고스톱에 몰두하는 나를 발견했다.

S그룹은 신입사원의 70%가량이 입사후 3년안에 그만둔다는 속설이 있을만큼.. 버티기가 녹녹치

않은곳이라.. 내성격에 8년을 버틴것도 선전했다고 여겨진다.

그리고 가장손쉽게 할수 있는 택시 기사를 선택하게 됐다.

대학시절 학비를 벌기 위해  택시를 경험했기 때문에 .. 새로운 직업에 대한 부담도 덜했다.

 

그리고 주거지역에서 가장 가까운 택시회사를 물색하고.. 한 업체에 이력서를 내고..

면접을 보러 갔다.

배차실에 과장이 이력서를 확인 하더니.. 첫 마디가

" 이 택시라는게 인생막장들이나 할수 있는 일인데.. 할수 있겠느냐 ?? "

난 한 업체의 과장이라는 사람으로써 할말이 아닌것같아 당황스러웠으나..

" 다 사람이 하는 일인데... 저도 학교다닐때 경험이 있었기 때문에 할수 있읍니다 " 라고 했다.

 

그리고 그 생각은 택시 3개월만에..  그 꿈을 깨고 말았다.

택시기사는 한달 30일 기준으로 4일을 휴무로 잡고.. 26일 근무 기준으로 26번의 입금을

해야한다.. 하루 입금액은 9만원가량.

 

여기에서.. 에러가 발생했다.

보통 하루 12시간을 근무하는 회사라 할지라도.. 토요일 8시퇴근이라도 36시간을 쉬고.

월요일 아침 8시에 출근을 하게된다.

그러나 택시는 월요일 아침 8시에 출근을 하는것이 아니라..일요일 저녁 8시에 출근을 하는

24시간에 휴무를 가진다.

다시말해.. 택시기사는 잠자는 시간만 허락되고.. 여가를 즐기기위해선..

1일 9만원이라는 금액을 회사에 지불하고.. 쉬어야만 한다.

그나마 택시기사의 수입이 워낙 적기 때문에.. 휴무 4일중 2일은 24시간 풀이라는 명목으로

근무를 하게된다..

 (풀을 탈경우 보통 20만원에 수입이 생기고 그중 4만원은 회사에 보험료등등으로 지불한다)

 

택시기사는 매주 로테이션으로 주간. 야간반으로 운행이 된다.

주간은 새벽4시에 시작에 오후 4시에 근무가 끝나는데.. 보통 12만원을 벌면 선전했다고 한다.

12만원중.. 10만원입금(정입금액9만원+유류비 명목 1만원)을 하고..2만원에서 식대 .교통비

를 제외하면.. 남는게 1만원 남짓이다.

 

그래서 야간반에 택시들은 집중하게 된다..

나도 예전 택시를 하기전..금요일 강남역에서 빈택시들이 손님안태우고 있는것을 보며.. 모범 콜을 부른경우가 한두번이 아니었기 때문에 이해를 할수가 없었다.

그러나 지금은 이해가 어느정도 된다..   그 이유는 그들의 생계가 걸려있기 때문이다.

 

야간반의 경우..  하루 15만원이 월~목까지 평타로 잡고(사실 요즘은 이것도 힘들다)

금~토요일경우 18만원가량을 해야만 한다.

그렇지 않으면.. 한달수입이 법정 최저 생계비에도 미치지 못하게 된다.

(4인기준 120만원이 아니라.. 1인기준 46만원 말이다)

 

택시의 일일 입금액 9만원 + 유류비 1만원 = 10만원을 지불하고

받는 월급의 60여만원중.. 하루 250킬로 가량 운행할경우.. 회사에서 지원하는 25L의 가스로는

턱없이 모자라.. 본인부담으로 15~20L가량을 더쓰게 되기때문에..

나의 경우.. 유류비를 제외하고.. 40만원이상 받아본 기억이 없다.

보통 입금액을 못채울경우도 허다하고.. 피곤해서 하루정도 쉬게 되는달이면..

20여만원에 급여를 지급받았다.

 

본인이야.. 3개월간의 백수 생활에서 변하는 나의 모습이 두려워 출근하는 습관이라도

잃지 않기위해 시작했지만.. 그것을 생계의 수단으로 삼는 사람들에게 현재는 악몽일것이다.

 

택시 운전대를 잡고 첫출근 하던날을 아직도 잊지 못한다.

야간반에 배정되어.. 술이 떡이된 남자를 태웠었는데.. 택시비 24000원중에 14000원을 주고

그냥 가라고 반말을 하는것이었다.. 그녀석은 사복을 입었지만 이게 갓 임관된 소위정도로 보였다.

나 또한 ROTC출신이라.. 후배에게 멸시당하느것 같아.. 참을수 없었지만..

교육받은대로.. 경찰을 부르게 됐는데.. 더 가관이었다.. 결론은 안주면 받아낼 법적근거가

없다는 말뿐이었다..

 

그후로.. 5천원에 택시비가 없으니.. 몸으로 때우겠다는 뉘앙스를 풍기며 유혹하는

아즘마에게 거절했다가.. 주제도 모르고  그렇게 사니 택시운전질이나 한다는둥..

경력이 미천해.. 길을 잘 몰라.. 엉뚱한 방향으로 꺽는것을 뻔히 보면서.. 한참을 간뒤에..

왜 돌아가냐? 요금 올리려고 그러느냐는식에 빈정거리는  손님까지..

의도하지 않은 경우가 허다했다.

또한.. 대기실에서 기사들과 어울리다 보면.. 신권발행으로 돈을 더 받았다는둥..

돈을 더 줬다는둥..  추가 요금 문제로 실랑이를 벌였다는둥.. 별별 이야기를 다 듣게 된다.

 

신권 발행에 관해서.. 내 경험에 미숙함으로 인해.. 잊지 못할 사고가 있었다.

초저녁쯤에.. 2회에 걸쳐.. 1만원인줄 알고 거스름돈을 거슬러주고 보니.. 1천원이었다.

손님중에 의도적으로 돈을 접어서 주는 경우에 그런경우가 많은데.. 하루에 2번을 당했더니..

나에게 화도 났고.. 인간에게 환멸을 느끼기 까지 했다.

바로 그날 일산에 27000원가량 요금이 나왔는데..  손님이 " 잔돈은 됐읍니다 " 라고 하며.

접힌 지폐 3장을 주는 것이었다.

그날 2회에 걸친 사고가 아니었더라면.. 또 받을뻔 했다.

그러나 불을 켜고 찬찬히 확인해 봤더니 천원권 3장이었다..

손님 왈 " 에고.. 신권이라 헤깔렸네요.." 라고 하면서 지갑을 다시 여는데.. 그속에서 난 못볼걸

보구 말았다.. 만원권은 끝을 다 접어논 것이다.

다시말해.. 그놈은 의도적으로 나에게 3장의 천원권을 줬다는걸 알았고..

성질이 난 나는 귀싸대기를 쳐올리고 싶었지만..  차안에서 더러운새끼 라고 말하고.. 손가락으로

머리를 뒤로 밀어버렸다..

그랬더니.. 목이 아프다는둥 하며 경찰을 부르고.. 경찰서에가서 30만원의 합의금을 치루고서야..

무마를 할수 있었다.

 

올 8월이면.. 나는 새로운 길에 들어서게 된다.

사람은 망각의 동물이라.. 여러 아픈기억을 잊게 되겠지만.. 난 지난 7개월간의 택시경험을

잊지 않기를 바란다.

퇴직금을 건드리지 않고.. 벌어서 써보리라 여겼던 지난 7개월간.. 난 천원에 소중함을 알았고.

7개월간 소주한잔을 입에 털어넣지 못했다.

그리고..  택시기사의 열악한 환경이 개선되..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는 식의..

서울시민과.. 택시기사간의 불신이 해소되기를 바란다.

나의 경험으로.. 지금의 상황에서는  택시의 서비스질이나.. 수준이 더 떨어지면 떨어졌지.

오를수는 없을것으로 여긴다..

더 바란다면.. 그것은 3천원짜리 옛날짜장 먹으면서.. 도자기 그릇에 담아주길 바라는 망상이다.

 

언젠가 " 미수다 " 라는 방송에서 택시기사의 성추행 논란을 보며.. 쓴웃음을 지우지 않을수 없었다.

서당개 3년이면 천자문을 깨우친다는 옛말이 있다.. 그에 비유해..

집장촌에가면.. 담배 피우는 아가씨들의 모습이 다 같아지고..  3선 국회의원은 척추가 휘고..

배가 앞으로 돌추되게 된다.

흰종이를 먹물에 넣으면 검게 되듯이..  지금과 같은 환경에서는 4년제 대졸자라고 하여도.

생계에 치여서 변할수 밖에 없고.. 시민들에게는..인생막장. 돌대가리.쑤레기 취급을 받게될것이다


Posted by 호박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