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리장성 쌓는 노역에 끌려간 사람의 부인의 집에

어떤 나그네가 찾아왔다.

그는 용무가 있어 다른데 가던중에 비가 와서 그 집에 묵게 된 것이었다.

밥도 얻어먹고 밤에 작은 불만 켜고 앉아 이야기를 나누다보니 그 여자의 사정도 알게 되었다.

여자가 상당히 예쁘고 젊어서 남자는 욕심이 났다.

'만리장성에 부역가면 살아나오긴 이미 틀린거요. 나랑 같이 삽시다.'

여자는 잠시 생각하다가 이렇게 말했다.

'저도 밤이 외롭고 여자 혼자 살기 힘들어 그 말이 반갑습니다. 다만 그렇다고 고생하는 그 사람에게 아무것도 알리지 않는

것은 너무하니 제가 편지를 한장 써 드리면 그것을 그 사람에게 갖다주고 일주일만 일을 대신해 주십시오. 그동안 저는 그 

남편에게 서운하지 않도록 잘 타이르겠습니다.'

남자는 하룻밤 같이 자주면 여자 말을 믿고 만리장성에 갖다오겠다고 했다.

남자로서는 여자와 일단 몸을 섞기만 하면 그것이 여자의 말에 대한 보증도 되거니와 수틀리면 여자의 남편에게 사실을 폭

로하면 되기 때문이었다.

여자는 그 남자와 잤다.

다음날 남자는 여자가 주는 밥을 먹고 바로 출발하여 일주일 후에 만리장성에 당도했다.

그는 공사장의 십장들에게 수소문해 여자의 남편을 찾아냈다.

그리고 편지를 주었다.

남편이 편지를 열어보자 거기에는 이렇게 써 있었다.

'저는 이 남자와 하룻밤을 같이 보냈습니다. 그것이 미우시다면 거기서 계속 일을 하셔도 되고, 저를 용서하시겠다면 그 남

자가 일을 맡은 사이에 같이 도망가면 되니 집으로 오십시오.'

남자는 어떻게 했을까? 도망갔다.







이 이야기의 현실성을 떠나 남편의 심리를 생각해보면 재미있음.
Posted by 호박씨